역사적 의의
최조의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저자 여중군자 장계향
정부인 장씨의 행적을 살펴보면,왜란·호란 같은 국가적·문화적 위기의 시대를 여성의 위치에서 어떻게 극복해 갔는가 하는 점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과 같이 전쟁의 혼란과 사회적 격변을 겪음으로써 어른이 존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여성이면서도 스스로 어른으로 대접받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가르쳐준 대표적 여성상이다. 그리하여 17세기 이후 조선인들은 정부인 장씨를 맹자(孟子)나 정자(程子)의 어머니와 같은 현명한 분이라고 칭송하였다.
350여년이 지난 오늘, 그녀가 묻고 있다. 당신은 평생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나이 일흔 무렵에는 눈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자손들을 위해 애써 음식하는 법을 정리하여 남겼다. 음식디미방이라고도 하고 규곤시의방이라고도 불리는 요리책으로, 오늘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로 기록된 요리서이자 아시아에서 여성에 의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조리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계향 선생은 1680년 83세를 일기로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양 석보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셋째 아들 현일은 "내가 노둔하고 우매하여 지극한 가르침을 따라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평소 야비한 말과 버릇없이 구는 말을 내 입에 올려 말하거나 남에게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실로 어머니께서 어릴 때 부터 금지하고 경계한 탓이다"고 '정부인 안동 장씨 실기'에서 그 고마움을 회고하였다.
여성의 학문적 자유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시대를 살다간 양반가의 여인, 장계향 선생.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가치로운 삶을 살다간 그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살것인가'를 생각케 하는 스승이자,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가르쳐 주는 인물중의 한 사람이다.
- 최근업데이트
- 201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