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문학
학발시(鶴髮詩)
첫번째 장은, 병석의 늙은 어머니가 아들이 그리워 아들이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안타까움이다. 둘째장은 그리움과 가난의 안타까움에 지친 고부(姑婦)는 손을 모아 하늘에다 빌면서 막막한 하늘의 처분만 기다린다. 그리고는 대답없는 하늘을 보며 병도 잊은 채 늙은 할머니는 밖을 뛰어 나간다. 라고 노래했다. 장계향 선생의 행실을 적은 '실기(實記)' 끝에 호쾌한 초서로 각인되어 있는 시. 열 살 전후에 지은 것으로 18세기 말 학자이자 정치가인 간옹 이헌경(李獻慶)으로부터 필적이 정묘하다는 평을 들었다. 조선 전기 서예의 대가이며 특히 초서에 조예가 싶었던 정윤목이란 분은 부인이 쓴 적벽부체(赤壁賦體)를 보고 필체가 호방하고 강하여 중국인의 필체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
첫번째 장은,
- 鶴髮臥病 새하얀 머리되어 병에 지쳐 누웠는데.
- 行子萬里 자식은 멀리 만리되는 수(戍)자리에 갔구나.
- 行子萬里 만리 밖, 수(戍)자리의 내 아들.
- 曷月歸矣 어느 달에 오려는가?
-
둘째 장은,
- 鶴髮抱病 새하얀 머리되어 병에 지쳐 누웠는데.
- 西山日迫 서산에 지는 해는 붉게 타며 저물어 간다.
- 祝手于天 하늘에 손을 모아 빌고 또 빌어 봐도.
- 天何漠漠 무심한 하늘은 막막하여 대답조차 없구나.
-
셋째 장에서,
- 鶴髮扶病 새하얀 머리는 병을 무릅쓰고 달려 나갔다.
- 或起或陪 혹은 일어서고 혹은 넘어졌다.
- 今尙如斯 지금 오히려 이와 같은데.
- 絶据何若 속옷 자락은 어째 이 모양인가!
전가보첩(傳家寶帖)
두 편의 시는 수첩(繡帖 수놓은 서첩(書帖)임) 속에 있다.장계향 선생이 10세 무렵에 쓴 시가 수놓은 전체 8면의 수첩. 4, 5면에 상서로운 구름과 여덟 마리의 용을 수놓았으므로 '팔룡수첩'이라고도 한다. 선생의 성인음(聖人吟)과 소소음(蕭蕭吟)이 들어 있으며, 18세기 말 남인 계열 학자인 이헌경과 목만중이 이를 찬탄해서 쓴 발문이 전해지고 있다. 자녀들에게는 늘 "너희들이 비록 글 잘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해도 나는 귀하게 생각 하지 않는다. 다만 착한 행동 하나를 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아주 즐거워하여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가르침으로써 과거시험 공부보다 성리학의 학문적 본질(義理)을 하나라도 몸소 실천함을 근본으로 삼았다.또한 강인함과 온유함을 갖춘 도덕적 품성으로 나이 든 사람이나 과부, 고아처럼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아무도 모르게 힘껏 도왔고, 만년에 이를수록 숨겨둔 재주와 덕행이 드러나서 칭송을 받았다. 17세기 이후 조선인들은 장계향 선생을 맹자(孟子)나 정자(程子)의 어머니와 같은 현명한 분이라고 칭송하였다. 여성의 학문적 자유나 사회적 제약이 많았던 시대를 살다간 양반가의 여인, 장계향 선생,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가치로운 삶을 살다간 그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스승이자,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가르쳐 주는 크나큰 인물이었다.
-
聖人吟(성인음:성인에 대하여)
- 不生聖人時 성인의 때에 태어나지 못해서, 不生聖人面 성인의 모습 뵈옵지 못했으나,
- 聖人言可聞 성인의 말씀 들을 수 있어, 聖人心可見 성인의 마음 쓰심을 넉넉히 알리.
-
蕭蕭吟(소소음:솔솔 내리는 빗소리에 대하여)
- 窓外雨蕭蕭 창 밖에서 소록소록 비내리는 소리.
- 蕭蕭聲自然 소록소록 그 소리는 자연의 소리러라.
- 我聞自然聲 내 지금 자연의 소리 듣고 있으니, 我心亦自然 내 마음도 또한 자연으로 가는구나.
鶴髮詩
傳家寶帖
-
敬身吟경신음
몸가짐을 조심함에 대하여
- 此身父母身 이 내 몸은 부모께서 주신 몸인데,
- 敢不敬此身 감히 이 몸을 공경하지 않을건가.
- 此身如可辱 이 내 몸을 욕되게 한다면,
- 乃是辱親身 이것은 어버이 몸을 욕되게 함이로다.
-
贈孫新及증손신급
손자 신급(新及)에게 주는 시
- 見爾別友詩 지금 너의 별우시를 보니,
- 中有學聖語 그 가운데 성인의 말씀을 배운다는 말이 있구나
- 余心喜復嘉 내 마음이 기쁘고 네가 가상스러워,
- 一筆持贈汝 한 수를 지어서 너에게 보내며 기뻐한다.
손자 신급의 별우시(別友詩)를 읽고 '성인의 마음을 배운다고 했으니 내 마음이 기쁘다'라고 읊은 시이다.
-
贈孫聖及증손성급
손자 성급(聖及)에게 주는 시
- 新歲作戒文 새해에 네가 마음을 경계하는 글을 지었다 하니,
- 汝志非今人 너의 뜻은 지금 사람과는 다르구나.
- 童子己向學 어린 아이 같았던 네가 벌써 학문을 지향하고 있으니,
- 可成儒者眞 벌써 옳고 바른 선비 되려고 하는구나.
-
稀又時희우시
드물고도 드문 경사
- 人生七十古來稀 인생이 70을 사는 것은 옛부터 드문 일이라 했는데.
- 七十加三稀又稀 70에 3살을 더했으니 드문 가운데 더욱 드문 일.
- 稀又稀中多男子 드문 가운데 아들 많으니 더욱 드문 일.
- 稀又稀中稀又稀 드문 가운데 드문 일이 겹쳐 드문 경사가 나에게 있구나.
희우시(稀又時)는 73살 오래 산 기쁨과, 아들 손자가 많은 자신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 최근업데이트
- 2021.05.24